반올림"삼성전기 TV부품 납땜 노동자, 백혈병 첫 산재인정 판결을 환영한다! "

[자료]유해화학물질 등 유해한 작업환경의 문제는 반도체 LCD만의 문제가 아니라, TV 등을 포함한 전자산업 전반의 문제임을 확인한 판결

김철민 기자 | 기사입력 2018/08/28 [17:08]

반올림"삼성전기 TV부품 납땜 노동자, 백혈병 첫 산재인정 판결을 환영한다! "

[자료]유해화학물질 등 유해한 작업환경의 문제는 반도체 LCD만의 문제가 아니라, TV 등을 포함한 전자산업 전반의 문제임을 확인한 판결

김철민 기자 | 입력 : 2018/08/28 [17:08]

판결 설명  

서울행정법원(2017구단62399심홍걸 판사)은 지난 816,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백혈병 피해자 김○○남이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내렸던 불승인 처분을 직접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으로 노동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여야 하는 산재보험제도의 취지를 고려해아 함을 강조함과 동시에, 빠르게 변하는 첨단산업분야의 특성, 영업비밀로 가려지는 등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직업병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입증 책임을 완화하여 판결하였다. 이는 작년 8월 대법원 판결(2017. 8. 29. 선고 20153867 판결)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은 만 19세의 나이로 19931월부터 삼성전기에 입사하여 34개월 간 수원공장 FBT(Fly Back Transformer, TV 등에 사용되는 고압 변압기) 생산부 조립공정에서 근무하였다. FBT 조립공정은 X-ray 검사, 홀더 조립, 납 도금, 납 제거, 납땜 등을 통한 케이스 조립, 신너 주입 등의 업무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당시 사업장은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어서, 작업자들은 납 흄과 신너, 에폭시 수지 등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퇴직 후인 2001. 10.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2014. 10. 28.에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하였다. 그런데 2년이 지난 2016. 10. 12.에 공단은 근무기간이 짧고, , 벤젠(신너)에의 노출수준이 낮으며 전리방사선에의 누적 노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하였다. 이후 심사/재심사 과정에서도 불승인 결정이 유지되어 20176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업무와 질병간 상당인과관계의 근거로 원고가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 백혈병과 연관이 있는 발암물질에의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노출기준 이하이지만 여러 유해인자가 있는 경우 복합적인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는 원고의 사업장과는 다른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이를 통해 당시의 노출수준을 확인하기는 어렵고, 유해한 중금속인 납에 노출되었는데 이에 의해 백혈병이 발병하였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으며, 별다른 이상이 없었음에도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백혈병이 발병하였고, 유사한 환경인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발병률이 유달리 높다는 점을 들었다.

 

[논평]  

우리는 이번 삼성전기에서의 백혈병 첫 산재인정 사례가 나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간 반올림에 들어온 삼성전기 노동자의 백혈병 피해 제보만 따져도 12명이나 된다. 그 중 사망자만 9명이다. PCB(인쇄회로기판) TV 전자부품 조립 생산업체인 삼성전기에서도 반도체, LCD 공장과 마찬가지로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과 유기용제, 납 등 금속류, 방사선, 교대근무 등 다양한 유해요인을 취급해왔다. 그간 삼성전기의 많은 노동자들이 심각한 직업병으로 고통 받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것을 생각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이번 판결로 첫 산재 인정 사례가 나온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판결은 첨단전자부품인 반도체, LCD가 아니라 일반 전자제품인 TV를 만들었던 피해자에게서 나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반올림이 그간 제기해 온 작업환경의 유해성 문제가 반도체나 LCD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고, 전자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OO님 사건에서 문제된 유해요인은 반도체, LCD에서 밝혀진 것과 매우 유사했다. 납땜 과정에서 납 흄에의 노출, 부품 검사 과정에서 전리방사선에 노출, 벤젠 등 유기용제를 통한 유해화학물질에의 노출은 과거 반올림 사건들을 통해서 지적되어 온 문제들이다. 또한 매우 안타깝게도, 유해물질 취급 제한, 환기시설 마련, 적절한 보호구 지급 등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기업의 조치가 부족한 것도 비슷했다.

서울행정법원도 이러한 유사성을 인정하여 반도체, LCD 업무상질병 사건을 통해 누적된 법리들을 TV사업장에서도 그대로 적용하였다. 그리고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발병률이 높다는 정황을 판단의 근거()로 삼기도 했다.

반올림은 이 판결을 시작으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전자산업에서의 직업병 문제들이 더 밝혀지고 가시화되길 기대한다.

 

또한 이번 판결은 노동자가 일하던 사업장이 사라진 경우 어떻게 판결을 내려야하는지에 대해 제시해주었다. 사업장이 사라진 경우 노동자들은 산재 인정에 있어서 곤란함을 겪어 왔다. 왜냐하면 역학조사가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다른 사업장을 조사해 놓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자의 주장을 부정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과거 한혜경님 산재신청 사건(삼성전자 LCD 기흥공장 모듈공정 PCB 고온납땜 업무 담당 오퍼레이터의 뇌종양 요양급여 신청)에서 잘 드러난 바 있다. 한혜경님 사건에서는 근무한 당시로부터 10년이 지나서, 그것도 다른 회사를 조사한 역학조사가 산재 불인정의 주요한 근거로 된 바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첨단산업에서,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다른 회사에 대한 조사로는 과거의 근무환경을 잘 확인할 수 없다. 그런 조사는 참고자료는 될지 몰라도, 노동자의 주장을 배척하는 핵심적인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김OO님 사건에서도 근로복지공단은 다른 사업장을 조사한 역학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해서 피해자의 노출수준이 낮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유사한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업장의 측정치를 통해 과거 노동자가 근무한 사업장의 노출수준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노출수준 이하라 하더라도 장기간에, 복합적인 노출을 근거로 하여 산재를 인정하였다.

앞으로도 사업장이 없어진 경우, 다른 사업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통해 기계적으로 노출수준을 검토하기 보다는, 노출기간이나 노출 유해물질의 다양성 등 축적된 법리들을 고려하는 판단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2018. 8. 23.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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