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을 응원한다

[책을 만난 뒤] 공지영 작가의 '상처없는 영혼'을 읽고

김신례 시민기자 | 기사입력 2011/05/09 [15:38]

봄꽃을 응원한다

[책을 만난 뒤] 공지영 작가의 '상처없는 영혼'을 읽고

김신례 시민기자 | 입력 : 2011/05/09 [15:38]
▲©책표지 '상처없는 영혼 '공지영 저/ 푸른숲   © 수원시민신문
 
목련이 폈다.

얼마 전까지 분명 그곳에 탐스러운 눈꽃송이처럼 피어있었는데 어느새 져버렸다.

봄에는 온 천지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줘야 제 맛이 난다고 생각했다. 꽃이 없는 봄은 조금은 허무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요 며칠 차창 밖의 풍경을 보면서 그 어느때의 봄보다 더 설레임으로 느끼고 있다. 

꽃들은 모두 져버려 화려한 멋은 없지만, 작은 이파리들이 어쩜 그렇게도 귀엽게들 돋아나고 있는지.. 이런 풍경이 새삼스러울 만큼이나 기분이 좋아지는 봄의 모습이다. 약속이나 한듯이 연녹색의 옷을 입고 앙증맞은 크기로 봄바람에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지게 되고 손끝으로 만져보고 싶었다.
 
이처럼 살랑거리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고자 집어든 책이 ‘상처없는 영혼’이다.
나는 공지영 작가를 참 좋아한다.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웅장함은 분명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책에는 삶이 있고 아픔이 있다. 그리고 그 아픔을 견뎌내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 끌어 안고 가려고하고 인정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참 좋다.
아픔도 결국 나여야만 하는 나의 모습이라고 나 또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공지영이 10년도 훨씬 넘은 지난 시절 자신이 힘들고 밑바닥의 상황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써내려간 글들이다.
그녀의 사생활은 얼마 전 TV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본인이 직접 다 털어 낸 것처럼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녀가 성이 다른 아이들을 셋이나 키우고 있는데에는 우리가 차마 이해하지 못한 사연들이 얼마나 많이도 있겠는가 싶었다.
 
공지영 그녀가 두 번째 성이 다른 아이를 낳고 도망치듯 홍콩과 일본에 머물면서 자신을 내던져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자신이 먼저 선수를 쳐 스스로를 다독이고 응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 울지 않습니다. 그러니 나는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만 같습니다. 내 가슴으로 차오르는 공기들을 꾸역꾸역거리다가 마치 압력솥에서 나오는 증기처럼 가끔가끔 피식거립니다.” 그녀는 잘못이 없다. 그런데 울지도 못하는 그녀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가엾고 아프게 느껴졌다.
 
몇 번이고 그리운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싶어도 참아내는 그녀이다.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들을 견뎌내면서 그녀는 충분히 혼자가 되어보는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누군가의 삶을 속속들이 안다고 해도 결국 그 사람이 아니면 감히 그 아픔을 안다고도, 이해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공지영은 알고있었나 보다. 그 누구의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보다 내가 나를 도닥여 주는 것이야말로 치유의 힘이 크다는 것을...
 
나는 수시로 궁색한 방황들을 핑계로 많이도 힘들어하고 휘청 거리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울면 안되고 강해져야 하고 더욱 힘을 내야 이겨 낼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틀을 만들고 자꾸만 몰아 세우고 있다.
그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알면서도 번번이 그러고 있다.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울지도 못하는 우리들은 어쩜 너무 많은 시선속에서 어지럽게 살고 있기에 나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충분히 혼자 둘 수 있어야 비로써 내가 보이고 내가 나를 응원해줄 수 있는 기운이 생기는 것 같다.
 
“희망없이 죽기도 꿈을 갖고 살기도 힘든 이 세상에서 나는 생각해본다. 희망 없이 살 것인가, 아니면 꿈을 가지고 과거의 나 자신을 죽일 것인가.”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요즘의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를 놓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흔들림없는 방향을 향한 굳건한 믿음이 부족하기에 그러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믿음이 금세 생길거라는 성급함도 없다. 그냥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헤매고 있을지언정 잘 하고 있다고 위안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 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동안 모른척했던 서른 문턱의 불안과 방황하는 나의 모습들을 들켜 버렸다는 것을..
봄바람에 춤추는 이파리들처럼 가볍게 읽으려 했던 이 책에서 오히려 나는 묵직하고 깊은 약을 얻어낸 기분이 들었다. 
 
그 누구든 상처없는 영혼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생채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 만큼 더 단단해지고 있다.
화려한 봄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춥고 추운 겨울날을 견뎌내야 하듯이 나에게도 견뎌내야 할 시간이 있는 것이다. 화려한 꽃이 지고나면 조금은 서운하겠지만 초록빛의 나무가 될어 줄 이파리들이 돋아나니 그 또한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 일인가.
 
어쩌면 지금의 우리들은 아직 꽃도 피우지 않은 채 희망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사한 봄꽃과 살랑거리는 잎을 생각해보면서 내가 나에게 가장 먼저, 가장 큰 응원을 해주길 바래본다.




김신례 시민기자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우리동네 커피점(성대점)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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