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투병 33세 노동자 신정범씨, 끝내 숨져

반올림 추모 “지난 19일 백혈병으로 사망, 삼성전자 작업환경에 기인”
“근로복지공단, 역학조사 없이 ‘2011년 이후 근무’이유로 산업재해 불승인”

김삼석 기자 | 기사입력 2022/11/22 [11:12]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투병 33세 노동자 신정범씨, 끝내 숨져

반올림 추모 “지난 19일 백혈병으로 사망, 삼성전자 작업환경에 기인”
“근로복지공단, 역학조사 없이 ‘2011년 이후 근무’이유로 산업재해 불승인”

김삼석 기자 | 입력 : 2022/11/22 [11:12]

 

또 한 명의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인권지킴이 단체 '반올림' 측에서 밝혔다. 지난 19, 고 신정범씨가 만 33세의 나이로 영면하였다. 고인은 20147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 입사하여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식각(ETCH) 공정 엔지니어로 근무하였다. 20213월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19개월여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반올림고인의 사망이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에 기인한 산업재해임을 인정받기 위해, 더 이상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 전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반올림고인의 사망이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에 기인한 산업재해임을 인정받기 위해, 더 이상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 전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 수원시민신문



다음은 21일 발표한 추모성명 전문이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 고 신정범 님을 추모합니다.

 

- 지난 19, 백혈병으로 사망 (33)

 

- 근로복지공단은 역학조사 없이 "2011년 이후 근무" 이유로 산업재해 불승인. 현재 소송중

 

또 한명의 삼성 반도체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19, 고 신정범 님이 만 33세의 나이로 영면하였습니다. 고인은 20147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 입사하여 화성 공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식각(ETCH) 공정 엔지니어로 근무하였습니다. 20213월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19개월여 투병 끝에 눈을 감았습니다.

 

고인은 지난해 6, 반올림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 신청을 하였습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라인 셋업(신규 라인이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설비를 배치조율하는 작업), 설비 PM(사전 예방적 정비) BM(고장시 조치) 업무를 주로 담당하며, 벤젠포름알데히드, 전리비전리방사선 등 발암 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인은 일반 작업자들은 출입하지 않는 Sub-FAB(반도체 생산라인이 가동되는 Main-FAB의 하부공간)에도 수시로 출입하였습니다. 이곳은 반도체 생산라인에 각종 화학물질가스전력을 공급하는 설비, 유해물질 정화 설비 등이 밀집된 공간으로, 생산라인에서 발생되는 모든 유해인자들이 Top-down 방식으로 유입될 뿐 아니라, 생산라인에는 존재하지 않는 독자적인 유해요인들도 함께 존재하는 특수한 공간이었습니다. 고전압 설비들이 많은 탓에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 위험도 높은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반도체가 직접 생산되는 공간이 아닌 탓에 사업주의 안전보건 관리에 있어서는 사각지대에 놓이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신청이 있은 지 4개월여 만에 '불승인' 처분을 하였습니다. 고인의 작업환경에 대한 '업무관련성 전문조사(역학조사)'"기존에 조사된 것이 있다"는 이유로 생략한 채, 두 가지 이유로 신속한 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첫째는 '근무기간(18개월)이 짧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2011년 이후에 입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삼성 백혈병사건을 처음 알린 고 황유미 님도 18개월 근무하였고, 그보다 훨씬 짧게 근무한 노동자의 백혈병도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2011년 이후 입사'와 관련해서는 2011년을 전후하여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데, 그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삼성 백혈병이 문제된 이후"이므로 "사회적 이슈화와 관련하여" 공정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단정적 판단이 있었을 뿐입니다. 고인이 근무했던 화성사업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하여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에 의해 무려 2,00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되었던 때가 2013년이었는데 말입니다.

 

요컨대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의 작업환경을 조사도 하지 않은 채, '과거에 비해 공정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판단만을 앞세워, 고인의 백혈병을 업무와 무관한 개인질병이라 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고인은 반올림과 함께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소송마저 재판부 권고에 따라 시행된 진료기록 감정이 세 차례나 반송되며 지연되던 중, 고인의 백혈병이 재발하고 말았습니다.

 

국내 반도체 노동자들의 집단 직업병 발병 문제는 15년 전,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 사건으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 사이 적지 않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끝내 나아지지 않은 문제들도 많습니다. 조금씩 나아지는가 싶더니 빠르게 회귀하는 문제들도 종종 보입니다. 무엇보다 아픈 노동자에게 질병과 업무의 인과성을 직접 밝혀내라고 요구하고 노동자 스스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인과성을 부인하고 마는, 근로복지공단의 기본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노동자에게 작업환경에 관한 알권리조차 보장하지 않는 법제도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백혈병'에 걸린 삼성반도체 노동자가 최소한의 치료비생계비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투병하다 사망하는 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도 '반도체'는 국가 경제를 이끄는 대표 산업으로 추켜세워지고 있지만, 정작 그 산업의 주역인 반도체 노동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보장 제도에서조차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 신정범 님은 선하고 배려심 깊은 청년이었습니다. 삼성반도체 엔지니어를 그만두고 예전부터 꿈꾸던 수어통역사 자격을 취득해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백혈병으로 고통스런 투병 중에도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이 항상 느껴졌습니다. 고인을 가슴 깊이 추모합니다. 반올림은 고인의 사망이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에 기인한 산업재해임을 인정받기 위해, 더 이상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 신정범 님 약력>

 

1989. 4. 19. 출생

2014. 7. ~ 2016. 3. (18개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입사. 화성사업장 제17라인 식각공정 엔지니어로 근무   

2021. 3.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

2022. 11. 19. 사망 (33)  

 

20221121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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