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기자님 기자새끼 ②] 두 번의 대기발령과 면직

어느 지방언론사 주재기자의 이야기

이석삼 | 기사입력 2012/06/08 [16:47]

[연재_기자님 기자새끼 ②] 두 번의 대기발령과 면직

어느 지방언론사 주재기자의 이야기

이석삼 | 입력 : 2012/06/08 [16:47]
 
 인사권자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하더라도 모든 조직원들은 자신이 승진 대상자이고 또 적합하다고 믿는다. 마치 선거를 앞둔 후보자가 누구나 자신이 당선될 거라 믿고 도전하듯이 말이다. 자신의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이면 누구도 도전을 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2009년 1월 29일 회사 인사발령이 예고돼 있는 터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본사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인사 발령이 있을 것 같은데 선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즈음 나는 늦은 감이 있지만 내심 승진을 기대하고 있었다. 어느 직장 어느 조직에서나 인사를 앞두면 상당수의 조직원들이 동요하기 마련이다. 인사권자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하더라도 모든 조직원들은 자신이 승진 대상자이고 또 적합하다고 믿는다. 마치 선거를 앞둔 후보자가 누구나 자신이 당선될 거라 믿고 도전하듯이 말이다. 자신의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이면 누구도 도전을 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후배를 다그쳐서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더니 내가 대기발령이라고 했다. 대기발령 이유인즉 업무, 즉 전년도 광고실적이 저조해서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대기발령을 내려면 사전에 징계위원회를 열어 본인으로부터 소명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 노조합의사항이었다. 노사협약까지 무시하며 대기발령을 내려야 할 만큼 내가 잘못한 것일까. 결국 회사측의 인사안을 인정한 노조위원장까지 물러 나는 사태를 빚으면서 대기발령 기간을 거쳐 구제되긴 했지만….
 
서울에 본사를 둔 소위 중앙지라고 하는 언론사의 기자들은 광고 부담을 갖는지 안 갖는지 모르지만 지방 언론사는 각 시군에 파견되어 있는 주재기자뿐 아니라 본사 외근 데스크들과 평기자까지 출입처에 따라서 광고 수주를 해야 한다. 이것은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뿐 아니라 전국 어느 지방 언론사건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
 
정신이 혼미하고 갑자기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억지로라도 생각을 정리하려고 노력했으나 망치로 뒤통수라도 얻어 맞은 듯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일단은 친구들을 찾았다. 상황파악도 해야 하지만 나를 사랑하고 걱정해 주는 친구들과 상의를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어지간한 충격이었으면 술을 마실만도 한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생의 최대 고비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지긋지긋한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명함을 바꾸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 아닌가.
 
친구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함께 대기발령을 받은 업무부서 부서장 후배와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아니, 그 짧은 시간에 20여 년의 기자생활에 대한 정리가 쉽게 정리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중·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한 사장에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느 선배는 사장집으로 돈이라도 싸들고 찾아가라고 조언하고, 어떤 친구는 상황을 좀더 파악해 보자고 했다.
 
결국 내 거취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대기발령 받은 사실을 알렸다. 순간 혈압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그래서 밤늦은 시간이지만 평소 다니던 서울 강남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죽을 것 같다.”고….
 
이튿날, 운전도 불가능한 상태여서 처남 차에 몸을 맡기고 서울로 부랴부랴 올라갔다. 선배는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죽는다.”며 집에서 가까운 수원의 한방병원을 소개해 주며 무조건 입원해서 몸만 생각하며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회사 지면의 인사 발령 난에 대기발령자는 이름도 없었다. 외부에 알려지지도 않은 것이다. 그렇게 병원생활을 하면서 구약성서부터 신약성서까지 성경 일독을 하고, 치료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책을 보면서 한 달여를 있는 동안 지난 10년여간의 주재기자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회사에서 관리하는 주재지역 중 취약지로 분류된 지역, 특히 전임자가 광고수주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사법처리되거나 사정이 어려운 지역에 주재기자로 파견되어 근무하면서 그래도 일 잘하고 업무실적이 좋다고 모범사원으로 선정돼 해외여행 또는 금반지까지 수차례 받은 내가 하루아침에 대기발령을 받은 사실이 지금도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을 만큼, 억울하고 서글픈 심정이었다.

이석삼 (전 경인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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