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어른들에 권하는 책 '레오가 해냈어요'

[아이와 함께 읽어요] 그림책 '레오가 해냈어요'

임이화 기자 | 기사입력 2011/06/16 [16:27]

성급한 어른들에 권하는 책 '레오가 해냈어요'

[아이와 함께 읽어요] 그림책 '레오가 해냈어요'

임이화 기자 | 입력 : 2011/06/16 [16:27]
레오가 해냈어요(원제 Leo The Late Bloomer (1971) 로버트 크라우스 (지은이), 호세 아루에고(그림), 이혜정 (옮긴이) | 아이세움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혹은 모른척했던 나자신의 못난 부분과 끝없이 마주친다.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거라 자신했던 순간이 조금이라도 있었던게 오히려 부끄러울 지경이다. 수많은 부모지침서들은 한결같이 같은 말을 한다. 아이를 믿어라. 기다려 줘라. 하지만 당연하고 쉬운 말처럼 보이는 이 기본적인 육아원칙은 때론 지켜지기가 힘들다. 부모가 맞벌이라면 더더욱.
 
▲ '레오가 해냈어요' 책표지  © 수원시민신문
한 동안 아이를 책으로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저런 조언을 해줄 사람도 없었지만 그런 조언들도 내경우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거기엔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가 책에서 말한 그대로 자라주었기 때문도 있다. 아이는 몸무게서부터 잠자는 습관 까지 책에서 말한 대로 자랐다.정확히 생후 1년까지는.

그후부터는 더이상 책으로 키우기가 힘들었다. 직장때문에 책을 읽기도 힘들었지만 맞는 육아서도 없는 것 같았다. 아이는 성장이나 언어는 빨랐지만 이상하게 빨리 뗄 줄 알았던 기저귀를 30개월이 넘도록 차고 있었다. 그런 아이를 보며 불안과 초조가 엄습해왔다. 어른들의 질타도 신경이쓰이고 부족한 부모인 것같아 죄책감도 들었다.
 
'기다리면 되' 를 수없이 되뇌였지만 성격급한 나로서는 그 주문을 자주 잊어버리고 아이를 다그치기 일쑤였다. 아이도 스트레스 받았겠지만 먼저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는 건 늘 나였다. 어느날 제대로된 장난감도 못사줄바엔 책이라도 열심히 읽어주자고 해서 읽게 된 책이 '레오가 해냈어요'였다.
 
표지에는 구불구불한 선으로 그린 호랑이가 있었다. 발달이 느린 아기호랑이의 얘기였다. 우락부락 구불구불한 그림체때문인지 아빠호랑이와 아기호랑이를 잘 구분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책장을 다 넘긴 후에는 뭔가 가슴속에 던져지는 울림이 있어 한 참동안 책을 놓지 못했다.
 
레오는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었다. 다른 동물들은 쉽게 다하는 말하기, 음식 안 흘리고 먹기, 그림그리기 등을 레오만 못했다. 그런 레오를 보며 아빠는 많은 걱정을 했다. 엄마는 그저 '지켜보면 되요.'라고 해서 아빠는 몰래 레오를 지켜봤다. 그러나 레오는 달라지지 않았다. 늘 숨어서 지켜보던 아빠가 지쳐서 그만 둘 때 쯤 레오가 하나 둘 씩 해내기 시작했다. 그림그리기도 척척, 음식도 깨끗하게 척척, 그리고 아빠에게 달려가 레오는 또박 또박 말한다. "제가 해냈어요"
 
이 책은 아이가 아닌 부모를 위한 책이다. 몰래 나무 뒤에서 레오가 달라지는게 있는지 숨어서 지켜보는 아빠 호랑이에 내 모습이 겹쳐졌다. 아이는 사실 변기로 달려가기 위해 수없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부모인 나는 그걸 모르고 다그쳤던 것이다. 다시 아이를 기다려주기로 한 나는 "네가 변기에 앉고 싶을때까지 기다릴께'라고 얘기하고 기다려 주기로 했다. 며칠후 아침, 아이는 결심한 듯 드디어 변기에 혼자서 쉬를 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내가 해냈어요"
 
다시한번 우락부락한 호랑이 레오를 만나러 책장을 펼쳐 들었다. 다시보니 삐뚤빼뚤 그림을 그리고 온통 얼굴에 음식을 묻히고 식사를 하는 표정변화조자 없는 '해내기' 전의 레오도 너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림책은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크다. 요즘엔 우리작가들의 좋은책도 많아지고 있지만 그 다양성에 있어서는 외국책들의 비중이 아직은 큰 것같다. 호세 아루에고레오가 그린 언제나 약간 슬프거나 찡그린듯한 표정의 레오는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게한다. 그런 레오를 따라가며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설픈 레오의 재미있는 상황들이 나온다. 그리고 드디어 레오가 아빠 엄마에게 안겨 '해냈어요'를 외치는 장면은 나를 한 없이 기쁘게 만들었다.
 
▲   책 본문 중  © 수원시민신문

다른 누군가를 믿고 기다려준다는 것은 큰 인내를 요한다. 그러나 인성의 발전과 관계적인 면으로 봤을때 꼭 필요한 가치있는 인내인 것은 틀림없다. 깊어가는 무더위에 내 맘같지 않은 아이를 두고 스트레스가 끝간데없이 상승세를 치고있다면 작은 아기호랑이 레오를 만나보자. 당신의 마음을 다독여 아이에게 단지 사랑스런 눈길만을 머물수있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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