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기자님 기자새끼 ③] 청심환을 먹고 사장을 만나다

어느 지방언론사 주재기자의 이야기

이석삼 | 기사입력 2012/06/19 [15:31]

[연재_기자님 기자새끼 ③] 청심환을 먹고 사장을 만나다

어느 지방언론사 주재기자의 이야기

이석삼 | 입력 : 2012/06/19 [15:31]
내가 대기발령을 받기 직전에 파견돼서 3년여간 근무한 지역은 지난 2006년 그 지역 시장이 선거법 위반에 이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구속 기소되는 과정에서 시청 주요사업부서가 검찰로부터 다섯 차례 이상을 압수수색을 받은 터라 3년여간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못할 정도라고 하소연할 정도로 어려운 지역이었다.
 
지방지 주재기자들이 광고, 출판 등의 업무를 주로 근무하는 지역의 시, 군청에 많이 의존하다 보니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달성 목표치를 감당해낼 수가 없어 결국은 100%를 달성하지 못하고 80%정도에 머물러 대기발령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지방지는 주재기자에게 할당된 광고 등의 매출이 회사 전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 신자로서, 대학 시절 철학을 전공한 철학도로서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해가면서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하지 못한 것이, 그래서 목표 실적을 채우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면 대기발령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인정할 수도 있겠으나 사람 사는 것이 항상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아니한가.
 
더 기가 막힌 것은,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솥밥을 먹는 회사 동료의 집요한 모함에 의해, 광고실적이 형편없이 저조한 것으로 보고되는 바람에 대표이사 사장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 아닌 해명을 전해 듣게 된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신문사의 주재기자들은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에 걸맞게 품의를 유지하면서 광고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광고기획사나 담당공무원들을 접대하느라 상당한 업무추진비를 지출하면서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시장이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시청의 주요 사업 부서를 모조리 압수수색하고, 관련 공무원들이 소환 조사를 받다 보니 너무 경직돼 광고 업무를 협조 받을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2개월여의 대기발령이 끝나고 병세가 나아지지 않아 병가를 더 내기 위해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의 어려웠던 점을 토로했다. 술 사고 밥 사면서 광고업무 추진하느라 비용을 얼마씩 써가면서 일했다고 하니 사장 왈, “그러니 너는 바보”라는 것이었다.
 
만약에 내가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광고 업무를 무리하게 추진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지금은 영어의 몸이 되어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아찔할 뿐이다.
 
사장 이름만 떠올리면 분한 마음에, 아니. 배신감에 혈압이 오르는 터라 사장을 만나기로 한 날 청심환을 먹고 말할 내용을 정리한 메모를 준비해 가지고 사장실에서 1시간여를 독대했다.
 
“사장님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공든 탑이 있듯이 나도 지금까지 기자정신을 견지하며 쌓아올린 공든 탑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쌓아올린 공든 탑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이번 대기발령으로 나도 죽었고, 내 아내는 물론 우리 아이들의 자존심까지 심하게 상처를 받았다.” “차라리 사장님 앞길에 내가 걸림돌이 되니 그만두라고 했으면 후배로서 당신을 위해 용퇴했을 것이다. 명예롭게 그만둘 기회마저 주지 않았다.”는 등의 말을 했다. 그랬더니 사장은 “조금 쉰 뒤 지역사회부에 와서 근무하라”고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말을 했다.
 
아무런 답도 않고 사장실을 나왔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나에 대한 사장의 이런 저런 핍박은 계속되고 있다. 아주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이석삼 (전 경인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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