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나누지도 않았는데 피를 나눈 형제나 부모보다도 더 애틋하고 때로는 원수보다 못한 사이처럼 싸우기도 하면서 세월을 함께 엮어가는 남편이라는 이름의 사람과 그 사람과의 사이를 꽁꽁 묶어주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자녀 넷이 있습니다. 부모로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은 자녀가 스무 살이 채 되기 전에 아이들의 진로를 확정지어야 한다는 부담거리입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부모들이 하고 있는 입시대열에 끼어들어 정말 해야 할 일(여행, 독서, 함께 식사하기, 다양한 견문)들을 소홀히 하며 생활하지는 않는지 늘 생각하곤 합니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이다, 행복한 삶이다, 보람된 삶이다. 라고 말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아이들이 너무 똑똑하고 영특해서 저 잘난 맛에 사는 것 보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부모 옆에 가까이에 두고 희로애락을 함께 하면서 살고 싶은 게 가장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함께 음식을 나누고 세 딸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등을 밀어주며, 산책을 하고, 쇼핑도 함께 하면서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 어느 날, 말하지 않아도 한자리에 모여 감자는 갈고 부추는 송송 썰고 호박은 채를 썰어 이것저것 섞어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만들어내는 지짐이를 놓고 막걸리라도 함께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요? 욕심이 과한 걸까요? 우리 아이들이 좋아할지는...아이들이 커가면서 친구들이 생기면서 자기 존재감을 알며 자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더욱더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매번 듭니다. 사사건건 챙겨주는 것보다 저만치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 둘 엄마의 마음에서 자녀에 대한 욕심의 짐 보따리를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부모는 우리 아이가 더 높이 더 멀리 뛰어오를 때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지렛대가 되어주어야 할 듯 합니다. 마치 로켓트를 우주에 쏘아 올릴 때 붙여주는 불과 같은 에너지 같다고나 할까요. 김명란 수원일하는여성회 글쓰기모임 꾀벽쟁이 회원 <저작권자 ⓒ 수원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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