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기자님 기자새끼 ④] "아빠, 내가 가장노릇할테니 힘내세요"

어느 지방언론사 주재기자의 이야기

이석삼 | 기사입력 2012/07/02 [16:10]

[연재_기자님 기자새끼 ④] "아빠, 내가 가장노릇할테니 힘내세요"

어느 지방언론사 주재기자의 이야기

이석삼 | 입력 : 2012/07/02 [16:10]
 
20여 년의 기자생활의 자존심이 단 1년의 업무실적 저조라는 이유로 무참히 짓밟히는 현실, 지역사회에서 그래도 욕 안 얻어먹고 무난하게 기자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대기발령을 받고 병이 악화되어 병원신세를 지면서 지역 선, 후배들, 특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근무하는 회사 후배들에게 낯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어 걸려오는 전화도 일체 받지 못하는 현실, 이보다 더 참혹할 수 있을까.
 
지방 언론사의 기자들은 세태가 많이 바뀐 지금도 마치 구걸이라도 하듯 업무실적에 쫓기며 광고매출을 올리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인생 50이 되니 가장 무섭고 두려우면서도 의지가 되는 게 가족, 즉 처자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 동창이나 친구, 선후배도 있지만.
 
내가 대기발령을 받을 때는 공교롭게도 큰 아이인 딸이 어렵게 재수를 하고 서울의 유명사립대에 합격 통지를 받은 직후였으며, 작은 아이인 아들 녀석 또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이었다. 결국은 대기발령과 병원 입원이 두 자식 놈들 입학선물이 된 셈이었다.
 
그 어려운, 아니,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도 나에게 큰 힘이 된 것은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들이었다. 큰 놈은 대기발령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아빠가 경제적인 능력이 상실되면 과외를 해서라도 내가 가장 노릇을 할 테니 힘내세요.”라고 격려를 했고, 작은 놈은 평생을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했으니 아빠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격려를 하며 기도했다. 평소 지론이 죽어서도 부끄러운 아버지로 남지 않겠다며 열심히 양심에 따라 살려고 했지만 아이 둘의 격려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내 아내에게는 더 할 말이 없다. 평생을 남편을 위해 불철주야 기도한 사람,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술을 끊지 못해 속을 버리고 있는 남편 때문에 마음고생을 이루 말할 수 없이 한 내 인생의 동반자.내 아내는 내가 첫 번째 대기발령을 받은 그해에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을 3번이나 하고 수술을 2번이나 하는 고초를 겪었다.


이석삼 (전 경인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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