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영 “대입검정고시 할 사람 여기 모여라”

[인터뷰] 자비로 수원시민학교 개강 준비하는 박무영 전직 교사

김삼석 기자 | 기사입력 2013/10/15 [14:53]

박무영 “대입검정고시 할 사람 여기 모여라”

[인터뷰] 자비로 수원시민학교 개강 준비하는 박무영 전직 교사

김삼석 기자 | 입력 : 2013/10/15 [14:53]

27년의 정든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거리로 나온 선생님. 박무영 선생(57). 그는 최근 대입검정고시를 필요로 하는 모든 수원시민들을 위해 자비를 털어 무료 시민학교를 차렸다. 이름하여 수원시민학교(아래 시민학교). 11월 1일 드디어 개강한다. 학생이 몇 명이 될지는 아직은 모른다. 

지난 8월 말, 교직생활 27년을 마무리했다. 평소 꿈꾸며 고민해두었던 시민학교 준비를 위해 두달 동안 밤낮으로 뛰었다. 
 
▲  인터뷰 중에 시민학교에서 배워보겠다는 문의전화를 받고 있는 박무영 선생  © 수원시민신문

중요한 것은 시민학교 준비하는 데 온 가족과 주변 교사들이 너무나 많이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배움의 열정이 있는 청소년과 함께 하기 위해서 둥지를 트는 데 서로 힘을 보탰다. 

온 가족이 나서서 학교 임대 공간을 알아보고, 도배도 하며, 부인과 중고물품매장에서 집기도 사고, 아들과 힘겨운 청소를 마다않고 준비를 해온 수원시민학교. 

“아내가 참 많이 도와줘서 이렇게 됐죠. 몇일 동안 청소하고, 치우고 닦고, 물걸레질하고, 때 벗겨내고...”. 

퇴직금으로 마련한 청소년들의 수원시민학교, 11월 1일 개강 

이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해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수원시민학교를 찾았다.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780-3에 위치한 수원시민학교를 찾기에는 쉬웠다. 인근 영화초교 건너편에 있다. 방문한 시간에 마침 40만원을 들여 간판을 달고 있었다. 새 간판을 달기에는 너무 비싸 기존 간판에 천만 새로 입혔다. 집기를 준비하는 데도 중고매장을 돌고 돌아 필요한 집기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번개같이 책상 3만원짜리를 사고, 또 다음 날 다른 중고매장을 돌아보면서 서랍 2만원짜리를 사는 식으로 마련했다. 예쁜 글씨의 ‘수원시민학교’ 로고는 자원봉사하는 대학생이 거들었다. 다 예산이 부족해서다. 자신의 퇴직금을 학교 마련하는데 사용했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교실 분위기를 마련하는 데 턱없이 모자르다.  

그래서 대부분 주변의 후원이 하나하나 합쳐져 배움의 꿈나무를 키우는 한울타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강사진도 현직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국어 2명, 영어 2명, 국사 2명, 수학 1명, 과학 1명의 현직 교사가 참여하기로 결정되었다. 다들 10~20년의 경력을 자랑(?)한다. 혁신학교인 용인 흥덕고 김문겸 교무부장이 교사 3분을 추천해주었다. 현재까지는 국어 영어 국사는 일주일에 4시간을 공부하고, 수학 과학은 일주일에 2시간을 공부한다. 사회과목 교사가 부족하다. 차차 늘어 날 거라고 했다. 도덕, 가정과학도 조만간 선택될 수 있다고 귀뜸해 주었다. 당연히 청소년들에 대한 진로상담도 빠뜨리지 않는다. 대학생들이 원하면 강의를 할 수 있다. 

“교사들을 과목당 두 분을 섭외한 것은, 일주일에 두 번은 부담이 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나오게끔 하면 부담이 덜 될 것 같아서죠”라며 벌써부터 교사들을 정성스레 배려해 준 모습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배움을 기회를 놓친 청소년들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수원시민학교. 
 
▲  배움을 기회를 놓친 청소년들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수원시민학교 간판.    © 수원시민신문
 
학생들은 처음에는 25명으로 시작한다. 그에 맞는 교실과 회의실, 사무실 등을 꾸몄다. 대상은 나이를 따지지 않고, 성별을 따지지 않는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문의를 해오는 청소년들은 드물다. 수업시간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이 없는 낮 시간에는 시민학교에서 스스로 공부를 하거나 청소년 공부방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박 선생이 늘 학교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8개월 정도 앞당겨 정년퇴임을 한 그가 그토록 시민학교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뭘까.  

“제가 대입검정고시 출신예요. 옛날에 제가 이런 걸 꼭하고 싶었어요. 또 누군가 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제 애들이 나의 후배가 되는 셈이죠” 

박 선생은 1976년 8월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뒤 박 선생은 1987년 이천농고(1년), 안산 신의여고(1년), 여주 세정중(10년), 오산 운암중(3년), 경기체고(2년), 수원 천천고(5년), 수원 장안고(3년), 용인 초당고(2년차). 이렇게 해서 모두 27년동안 분필(?)을 놓지 않았다. 

“제가 대입검정고시 출신예요. 이제 애들이 나의 후배죠”  

“교직에 있을 때 내가 있던 학교에서 학생이 그만뒀을 때 내가 도움이 되지 못될 때 참으로 어쩌지 못했어요. 지금이라도 갚을려고 하는 거죠”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교 그만두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필요하다면 꼭 고교 졸업 자격증을 따게 해주고 싶어요. 낮에 일하는 결손 가정의 청소년들이 밤에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야학인 셈이죠”

인터뷰 중에도 41살의 남성이 전화를 해 “진짜 무료냐. 나 같은 사람도 배울 수 있느냐”고 물어 보기도 했다. 

박 선생은 “원래 야학이란 게 그런 거잖아요. 나이가 있는 사람도 있어야 다른 사람이 함부로 떠들지 안잖아요”라며 벌써 개강 뒤의 교실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시민학교 공간을 구하러 다니다 만난 부동산 중개사도 자기가 영어학원 강사를 했다면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사진은 10~20년 경력의 쟁쟁한 현직교사들

박 선생은 “16일 저녁에 교사들의 모임을 처음한다. 앞으로 교사운영위원회가 꾸려져 교사들이 서로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면 저는 의사를 존중해 그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된다”고 자발적인 교사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교사모임에서는 앞으로 학생 모집, 수업 진행 방식, 상담 및 진로지도, 과목 출제, 전년도 문제 분석, 난이도 등을 집중 고민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참여의 뜻을 나타낸 교사는 국어 김현주 교사(용인 흥덕고), 영어 이선영 교사(용인 흥덕고), 장순영 교사(수원 수일고), 수학 최용주 교사(오산 반송고), 과학 노종섭 교사(용인 초당고), 국사 박윤순 교사(의왕중), 김찬수 교사(수원 동원고)다. 사회와 도덕 교사가 필요하다. 

이제 박 선생의 다음 목표는 내년 4월 중순에 있을 대입자격 검정고시에 모든 학생들이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11월 개강후 약 5개월 보름만에 첫 합격자를 배출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다. 자신감이 넘쳐났다. 

“만감이 교차해요. 한편으로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을 하니까 마음은 편치만 또 한편으로는 이걸 어떻게 감당해야하지하는 생각도 들죠”하면서도 “앞으로는 수원시민학교 뿐만아니라, 용인에도, 이천에도, 평택에도, 성남에도 시민학교가 생겼으면 너무 좋겠어요” 

“무료인 것 같지만 결코 무료가 아니다" - ‘받은 만큼 돌려주라’ 
 
▲ 11월 1일 개강 준비가 다 된 교실의 모습. 이제 학생들이 와서 수업을 같이 하면 된다.  © 수원시민신문

“사실 교육은 무료지만 절대 무료가 아녜요. 지금은 무료지만 졸업뒤 학생이 무언가를 나눠져야합니다. 너희가 받아서 졸업뒤 너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려줘라하는 거니까 결코 무료가 아니죠”

‘받은 만큼 돌려주라’는 말에서도 박 선생의 교육철학이 묻어나는 듯했다. 이런 철학을 가진 수원시민학교가 잘 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큰딸은 영국에서 공부하고, 아들은 대학4학년, 막내딸은 대학 휴학생을 둔 노 교사. 몇 해 뒤 환갑을 앞에 둔 흰머리 휘날리는 노 교사의 새로운 도전에 많은 사람들의 후원이 필요하다. 박 선생은 후원계좌를 알리는 데도 극구반대했다. 주변에 폐를 끼치기 싫다는 게 온 몸에 베여있는 박 선생. 그러나 청소년과 함께 공부하고 잘 놀기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도와야하는 것은 인지상정.  

배움에 필요한 문구류는 물론, 컴퓨터, 팩스, 복사기, 냉장고, 정수기, 온풍기, 벽시계, 문구류, 생협 음식, 빔프로젝트 그리고 좋은 책들이 후원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고운 손과 함께 할 아름다운 동행에 시민들의 참여를 바란다. 

문의 070-4130-7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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